이 곳 상갑저수지는 고추밭과 오리농법쌀을 재배하는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상갑리의 여러 저수지 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서쪽 산 등성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마을회관과 상갑분교터 사이의 길을 따라 약 1㎞ 정도 올라가면 저수지의 둑이 보인다. 저수지 둑 앞을 돌아 나오는 수로에는 가파마을 주민들 마음과 같은 청명하고 맑은 물이 흐른다. 수문과 진입로 옆에 몇 개의 솟대가 사람을 반겨주고 있는 듯하다. 진입로를 따라 올라서면 서서히 상갑저수지의 자태가 나타난다.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산의 모습이 잔잔한 수면에 반사되어 물은 온통 초록빛으로 빛난다. 가끔씩 부는 실바람에 수면은 잔잔하게 부서지며 하얀 물결이 작게 일렁인다. 저 멀리서 여름 철새들이 물위에서 헤엄치다가 사람의 인기척에 저멀리 달아난다. 깨끗한 물 속의 바닥은 모래로 되어 있고, 가끔 송사리 떼들이 몰려 다니며 물 속을 헤엄치고 있다.
아름다운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신선이 사는 깊고 깊은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저수지 둑길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이름모를 잡초와 갈대로 숲을 이루고 있다.
저수지 둑에서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층계를 이루는 계단식 논이랑 그 옆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보인다. 온통 초록빛의 논은 곧 누런 빛의 황금들판으로 변할 것이다. 이곳 오리농쌀을 도시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끔, 또, 이 상갑저수지가 오리농쌀에 생명수를 보내줄 때까지 반복될 것이다.